단청의 기원
원시시대에 인류는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신비한 힘과 무서운 맹수와 맹금, 독충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몸에 여러 가지 색을 칠하거나 여러 모양의 무늬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단청의 기원은 원시인들의 ‘문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몸에 그림을 넣는 것을 시작으로 토기나 장신구에 무늬로 장식하고, 나아가 건축물에도 여러 가지 색으로 무늬를 그려 넣었을 것입니다.
원시인들이 몸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은 자기 자신의 보호 수단이었다면, 건축물의 단청은 왜 필요했을까요?
단청의 목적
건축물에 단청이 필요하게 된 요인은 4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① 건축물의 수명연장
건축물의 표면과 세부 구조물에 칠을 하고 도장(塗裝)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목재의 부식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건축은 주로 목조 건축이었습니다. 나무로 만들기 때문에 그 건물을 어떻게 하면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지요.
② 권위와 위풍, 장엄
단청은 서민이 사는 집이 아닌, 왕이 사는 궁이나 사찰에 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단청은 평범한 건물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지요. 왕은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인력을 들여 국가적 차원에서 왕궁을 지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앞서 말한 것처럼 영구적으로 보존돼야 했을 것이고, 또 특별해야 했을 것입니다. 영구적인 보존만 필요했다면 그저 부식을 방지하는 칠만 했겠지만, 자신의 강력한 왕권을 과시하기 위해선 화려함이 필요했죠. 그런 이유에서 단청의 무늬는 점점 더 화려하게 발달하였습니다.
③ 재질의 조악(粗惡)성 은폐
동양에서 건축재로 많이 사용되었던 나무는 소나무였습니다. 소나무는 내강, 내구, 내곡성을 지니고 있어서 건축재로는 매우 적합하지만, 목재의 표면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표면이 거칠고, 목재를 건조시켰을 때 나무가 찢기는 등의 상처가 생기죠. 이런 매끈하지 않은 표면을 가리기 위해서 단청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여성분들이 얼굴에 작은 뾰루지를 감추기 위해 더 화장을 하는 것과 같네요.^^
④ 기념비적 건축물의 전시
앞서 말씀드렸듯이, 단청은 특별한 건물에 있습니다. 일반 건물과는 다르죠. 이런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색과 무늬를 건물에 그려 넣었습니다. 일반 건물과는 다른 특수기념비적 건축물임을 나타내고 보여주기 위해서 단청이 필요했습니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왕궁을 아끼고, 예쁘게 꾸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화려한 단청 ⓒ 이장미
우리나라 단청
우리나라 문헌 중 단청에 관한 기록을「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솔거조’에서 솔거를 “착화자(着畵者)‘라 일컬었으며 그가 그린 황룡사 벽면의 노송 그림을 ”화노송(畵老松)“이라 했습니다.
그 내용인즉, 마치 살아서 청청한 것 같은 솔거의 소나무 그림에는 나뭇가지에 새들이 날아들곤 하였는데 그 뒤 색이 바래서 어두워지자 절의 중이 새롭게 단청 보수하니 그 다음부터는 새들이 날아들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
한번 씩은 들어보셨을 얘길 겁니다. 이 이야기에서 ‘화(畵)’는 단청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
한국 고대의 건축 문화는 동양 건축 문화권 안에서 중국계의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에 영향은 받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며 한국적 건축 양식으로 발전됐죠. 단청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청의 오색(五色)
단청은 청, 적, 황, 백, 흑색의 다섯 가지 색을 사용합니다. 5색이란 동양의 전통적인 우주철학인 오행설과 오방사상과 관계가 깊습니다. 동양철학에 의해 오색의 개념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오색은 오행과 결부되어 승극의 관계로 표현됩니다.
물은 불을 이기므로, 흑색은 적색을 이길 수 있고
또 불은 쇠를 이길 수 있으므로, 적색은 백색을 이길 수 있고
쇠는 나무를 이길 수 있으므로, 백색은 청색을 이기며
나무는 흙을 이길 수 있으므로, 청색은 황색을 이길 수 있으며
흙은 물을 이길 수 있으므로, 황색은 흑색을 이길 수 있다.
「문양으로 읽어보는 우리나라 단청-임영주」중에서
처마 밑 단청 ⓒ 이장미
예전에 ‘보기만 해도 살 빠지는 그림’이 한때 유행했었죠. 그 그림은 형태가 있는 그림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색의 조합에 가까웠습니다. 정말 그 그림을 보면 살이 빠진다고 하기도 했었는데요. 색이 그만큼 사람의 심리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겠죠. 요즘도 치료 목적으로 색을 가지고 인테리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색채는 사람들이 예민하게 작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장식에 있어서도 색은 역사적으로 우리의 생활 감정과 기호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빨간색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강렬함, 화려함, 열정 등의 느낌이 드실 것입니다. 이런 빨간색의 이미지는 실생활에서도 자주 이용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붉은 악마. 2002년 붉은 색 티셔츠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의 투지와 열정이 잘 보여줬죠.
신호등에 멈춤이란 신호는 왜 빨간색인지는 아시나요? 일단 빨간색은 먼 곳에서도 가장 잘 보이는 색입니다. 또한 눈이 색맹인 사람도 빨간색은 볼 수 있다고 해요. 또한 빨간색은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 중에서 가장 파장이 길기 때문에 멀리까지 보인답니다.
색칠 전 궁의 기둥 ⓒ 이장미
궁의 기둥은 왜 빨간색일까….
기둥의 나무가 오래도록 썩지 않기 위해서는 부식방지차원의 칠이 불가피했습니다. 근데 그 칠의 색이 빨간색인 이유는 이제 간단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왕의 강력한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빨간색은 악귀를 쫓는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왕이 사는 곳에 잡귀가 들어와선 안됐겠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궁의 기둥이 빨간색이 된 것은 어쩜 당연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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